
대법원 1995.4.25. 선고 94다 27151 판결 사실 관계 화물트럭을 운전 중 추돌사고를 낸 소외1이 이 사건 당일 오전 01:25경 위 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위 소외1은 가볍게 다리 통증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외상은 없는데도 최고혈압이 60으로 극히 낮은 상태여서 내출혈이 의심됐다.
상기 병원의 당직인턴이었던 소외3과 당직의사였던 소외4는 우선 정상혈압으로 회복시키기 위하여 상기 병원의 임상병리사인 피고2의 혈액검사를 거쳐 수혈을 실시하였으며 04:50경이 되어 위소외1의 혈압을 최고 120, 최저 60의 정상상태로 회복시켰다.
한편 위 의사들은 02:30경 자택에 있던 위병원 외과과장 피고1에게 위 소외1 상태를 전화로 보고했으며, 그의 지시로 복강내 출혈을 확인하기 위한 복강내 천자를 실시한 결과 음성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위의 소외1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이를 다시 상 피고인 1에게 보고하자 상 피고인 1은 후복강 측 출혈을 의심하고 자택에 있던 상병원 비뇨기과장의 소외 5에게 위 소외 1의 방광 및 신장에 대한 특수검사를 실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위 소외 5가 그에 따라 곧바로 병원에 나와 위 소외 1의 방광 및 신장에 대한 특수검사를 실시했으나 방광에는 이상이 없고 신장에만 약간의 손상이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다시 복강 천자를 실시했으나 역시 음성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05:30경 상기 피고인1의 지시로 정밀검사를 실시하고자 위소외1을 중환자실로 옮기고 초음파검사를 준비하던 중 위소외1의 동생인 소외2가 위소외1의 혈액형과 그에게 수혈중인 혈액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항의해 왔기에 부득이 위소외1의 혈액형을 재검사하기 위해 수혈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혈액형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07:25경부터 수혈을 재개하였다.
위소외1은 09:30경부터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초음파 검사를 할 겨를도 없이 출혈의 원인을 알기 위해 급히 그를 수술실로 옮겨 수혈을 계속하면서 개복수술을 한 결과 그는 하대정맥이 터지면서 총장골동맥이 파열되었고 그로 인한 과도한 출혈로 결국 12:35경 사망하고 말았다.



판결 요지 사정이 이렇다면 위병원 의사들로서는 수혈을 통해 위 소외1의 혈압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려 위급한 상황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을 확보하게 된 상태에서 출혈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한밤중에 집에 있던 비뇨기과 과장까지 병원에 나와 복강 내 자와 방광 및 신장에 대한 특수검사를 실시했고, 그럼에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정밀검사를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려 한 것이다.
이는 그런 상황에서 통상 의사에게 요구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진료활동이 아닐 수 없으며, 이와 달리 상기 의사에게 환자가 외형상 위독한 상태가 아님에도 각종 검사기법에 의한 원인규명을 생략한 채 내출혈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환자나 가족의 동의도 없이 오전 02시 30분경부터 05시 30분경까지의 인적 물적 조건 하에서 개복수술부터 실시하도록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즉시 개복수술을 실시해 내출혈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해설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일반의료기관보다 고도의 의료수준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응급실의 진료환경, 예를 들어 야간 응급실의 경우는 수련의나 전공의 혼자 전문과목과 상관없이 모든 환자를 진료하면서 당직근무를 하는 병원이 많죠. 이를 고려할 때 야간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와 관련하여 주간에 이루어지는 진료와 동일한 의료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위 판결례는 교통사고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외상이 없는데도 혈압이 극히 낮은 교통사고 응급환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안입니다. 다른 외상이 없고 혈압이 극히 낮은 경우 담당 의사에게 즉시 개복수술을 해 내출혈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결과만으로 의료과실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당시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보면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군요.
긴급성의 정도에 따라 과실 인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요컨대 확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검사를 거칠지, 인적·물적 준비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치료를 할지, 아니면 준비 없이 바로 치료를 할지는 비교해서 결정하는 비교교량의 문제입니다. 분명히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의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