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사랑
이정록
석불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 무덤이 돼
눈깜짝할 사이가 없다
여보
모든 순간이었다고 말하지마
달은 한 번 깜박이는 데 한 달이 걸립니다.
―시집『자연에서 읽는 시집 03』(국립공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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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세월이 짧다
무등산에 오르면 너덜너덜해진 돌조각들이 내벽을 이루고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장불재에서 규봉으로 가는 길은 흙길보다 돌길이 더 많은 너덜지대이다. 이렇게 부서진 돌이 많은 이유는 입석대, 서석대, 규봉 등 무등산의 기둥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돌기둥이 무너지기까지 몇 년의 폭풍과 폭풍이 있었습니까?
지금은 인스턴트 시대, 패스트푸드 시대입니다. 비둘기라는 완행열차는 사라진 지 오래고, 통일이라는 급행열차의 기억은 희미하다. 무궁화 시대를 넘어 KTX는 이제 시속 300km로 달린다. 아니,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지만 달은 여전히 한 달에 한 번 깜박입니다. 지구를 향한 이 끝없는 그리움은 결코 식지 않습니다.
석불이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때 돌로 변한 것이 아니라 모래무덤으로 변했다고 한다. 석불의 눈을 한 번 감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다. 긴 사랑이 느리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습니까? (2008년 10월 14일)
<▲Mudeungsan-Nationalpark/Der Weg von Ipseokdae nach Seoseokdae>
<▲Mudeungsan-Nationalpark/Ipseokdae>
<▲Mudeungsan-Nationalpark/Ipseokdae>